최근 광주광역시 광산구에서 적발된 화물번호판 불법 이중등록 사례가 업계 전반에 걸쳐 만연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본지 취재 결과,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별 사례에 그치지 않으며, 현행 시스템의 허점을 악용한 불법 행위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화물번호판 불법 증차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첫째, ‘부활’은 2004년 이전 번호판 등록 쿼터제가 도입되기 이전에 폐업한 법인 및 회사 소유의 말소된 번호판을 되살리는 방식이다. 둘째, ‘이중번호판’은 한 번호판을 두 지역에 동시에 등록하여 사용하는 수법이다.

‘부활’ 방식의 경우, 2004년 이전에는 법인 및 회사가 폐업하면 소유 번호판들도 대부분 말소 처리되었다. 그러나 2004년 이후 번호판 등록이 허가제로 변경되면서 번호판 가격이 최대 2~4천만원까지 급등하자, 일부 업자들이 전산에만 존재하는 ‘죽은’ 번호판을 화물협회로부터 대폐차수리신고필증을 발급받아 다시 되살리기 시작했다.

‘이중번호판’ 방식은 각기 다른 지역 간 번호판 이동 과정에서 발생한다. 현행 규정상 화물번호판이 A지역에서 B지역으로 양도양수 될 경우, A지역에 등록된 번호판은 말소되고 B지역에서 새 번호판을 부여받아야 한다. 그러나 말소 처리 기간이 6개월로 길어, 일부 업체들은 이 기간을 악용해 양쪽 지역에서 동시에 번호판을 사용하는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

이러한 불법 행위가 가능한 근본적인 이유는 제도적 허점과 행정 미비에 있다. 화물협회가 국토부로부터 대폐차수리신고필증 발급업무 대행을 맡으면서, 자치구들은 번호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지 않은 채 최종 등록하는 관행이 생겨났다. 또한, A지역과 B지역 관할 지자체들이 관행적으로 번호 말소처리 여부를 확인하지 않아 이중등록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번에 광산구가 적발한 5대의 번호판(2020년~2023년까지 운영) 소유 법인에게 책정된 유류비 환수 규모만 7천400만여 원에 달한다. 그러나 실제 환수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행정청에서 환수를 위해 강제처분을 할 수 있는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광주시는 해당 법인에 올해에만 2차례에 걸쳐 유류비 환수 이행 독촉장을 발송했지만, 단 한 푼도 받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시는 법인에서 반응이 없을 경우 행정소송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소송기간 등을 고려하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 기간 동안 법인이파산 등을 신청한다면 유류비 환수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지역 업계에서는 전국적으로 부활 및 이중등록 번호판을 단 차량 대수가 10만여 대 이상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불법 번호판을 단 화물차에 지급된 유류비만 수백억 원에 달할 수 있다는 의미다.

화물차 업체 관계자는 “화물번호판 불법 거래 문제는 워낙 민감하고 교묘하게 이루어지다 보니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다”라며 “대폐차수리신고필증을 발급하는 각 지자체 화물협회와 확인 없이 쉽게 허가를 내주는 행정관청이 빚어낸 불법적 공모”라고 지적했다.

고홍석 기자 kjtbn973@ daum.net